바늘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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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단을 올리기 위해 가정용 재봉틀을 집에 들인지 10년이 넘도록 벽장 속에 모시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지만 벽장 속에서 꺼내기가 싫어 집 앞 세탁소로 수선할 옷을 들고 가기가 쉽습니다.

 

그러다 밤 늦게 바지단을 고쳐야 할 일이 생기면서 재봉틀을 빈 책상에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책상위로 나와 있으니 한 번씩 재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식탁에서 사용하던 구입한 매트를 천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에 처음으로 린넨 천을 구입하고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었는데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베개 커버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편백나무 조각과 메밀껍질을 섞어서 속통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베개 크기가 시중 판매하는 속통보다 좀 작습니다. 매번 베개 커버를 구입해서 수선해서 사용하다가 만들어 보니 더 간편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재봉틀

묵혀 두었던 재봉틀을 서서히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서랍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시장에 한번 가면 나중에 사용할 듯한 재료들을 넉넉히 사 오는 바람에 집이 점점 복잡해진 것입니다. 티셔츠나 간단한 바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원단도 몇가지씩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만들기 시작하니 필요한 도구들도 점점 많아졌지만 불편한 대로 더 구입하지 않고 생각하면서 있는 것으로 충당하고 있었지만 패턴을 그리는 종이와 공들여 그리고 나니 버리기가 아깝고 나중에 다시 사용할 수도 있으니 보관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취미 생활이 그렇듯이 도구나 장비를 비롯해서 갖추어야 할 물건들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보관하고 있어야한는 것들입니다.

 

평소에 미니멀 라이프를 강력하게 실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엄 라이프정도는 쭉 실천해 왔고 생활에서 여러 장점을 발견하고 있던 중이라 혼란이 생길 무렵이었습니다.

 

혼자서 생각해보니 간편한 삶과 재봉틀을 돌리면서 즐기는 기쁨 중 하나는 포기해야할 상황인데 간편한 삶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봉틀을 돌리는 재미도 쉽게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3~4년이 지난 지금은 나름대로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1. 원단과 부자재는 여러번 시장에 가더라도 딱 필요한 만큼만 구입합니다. 

2. 도구는 1년에 1개 이하 구입하기로 정했습니다. 실제 몇년동안 공업용 본봉 한개와 6mm바이어스 랍빠 하나만 구입했으니 계획보다 적게 들인 것입니다. 

3. 패턴이나 재봉 관련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봅니다.

4. 패턴이 가장 문제였는데 1년 전쯤 무료 어패럴 캐드를 알게 되어 보관하고 있는 패턴을 모두 파일로 그리면서 책장이 깨끗해 졌습니다. 패턴 그리는 책상이나 다양한 모양의 자를 구입하고 싶던 마음도 같이 없어졌습니다. 

5. 실의 경우 몇가지 색만 구비해서 너무 튀지 않는 실을 사용해서 옷을 만들어도 전혀 표시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재료의 가지수를 줄여서 사용합니다.

 

제 공간에는 공업용 재봉틀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작은 서랍에 재봉 관련 모든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정용 재봉틀은 단추구멍과 오버록(오버록기계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용으로 사용할 수가 있어서 보관중입니다. 재봉 생활을 즐기면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